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 < 정신과 A-Z > 1편 🧠

우울증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정신과에 가면 취업이 안된다. 라는 주변의 근거없는 소문 때문에 정신과 방문을 망설이신 경험이 있으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해가 바뀔수록 정신과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예전에는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했으니까요. 

오늘은 정신과 진료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을 팩트체크하여 마음 편히 정신과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기록이 남지 않나요?, 정신과 진료 기록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나요?

기록은 남지만 열람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은 두 군데에 남습니다. 한 곳은 진료를 받은 정신과의원입니다. 의원에서는 환자의 진료기록부(진료차트라고 합니다!)를 의무적으로 10년간 보관하게 되어있습니다. 정신과의원에서는 환자 본인이 방문하면 진료 기록을 인쇄하여 넘겨줄 수는 있으나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열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기록이 보관되는 다른 한 곳은 건강보험공단인데, 건강보험공단도 환자 본인 외에는 이력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내 정신과 기록을 누가 엿볼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신과 약이 중독이나 습관성이 되지 않나요?

아니오, 중독이나 습관성이 되지 않습니다.

정신과 약물 중 신경안정제 계통의 일부 향정신성 의약품은 의존성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 규정에 의거하여 '향정신성 약물 및 마약류'와 같이 마약과 향정신성 약물을 묶어서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정신과 약이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하거나 부작용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시곤 합니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해서 정신과 약=마약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신과 약은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을 타겟합니다. 우리 몸에 깨진 균형을 약으로 바로잡는 과정이지요. 

만약 정신과 약으로 뇌 기능을 교정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약을 끊는다면 균형이 깨져 원래와 같이 정신이 아픈 상태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약이 다시 필요해지는 기분이 들어 이를 '중독'이나 '습관성'으로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잘못되었습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약물 처방을 받고 증상이 완화된 이후 천천히 약을 줄여나간다면 (이를 테이퍼링이라고 합니다)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울 경우 정신과 비대면 진료도 가능합니다.

정신과에서는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정신과에서 받아볼 수 있는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Full-Battery 검사

Full-Battery검사는 MMPI2, 웩슬러 검사, 로르샤흐 검사 등으로 구성된 "정신분석 종합검사"를 의미합니다. 정신과 의원에서 임상심리사가 실시하며 시간은 2시간 이상,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나 30만원 이상 듭니다. 

현재 심리상태가 어떤지, 병적인 상태인지 아닌지, 인지기능은 정상인지 등을 알 수 있으며 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사가 작성한 상세한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2. EEG 검사

EEG는 뇌파를 전기신호로 보여주는 검사입니다. 이를 통해 뇌가 얼마나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과흥분된 상태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이 외 자기보고식 설문 검사

벡-우울척도, 벡-스트레스 척도 등 20문항 이상의 질문으로 구성된 질문지에 5점 척도로 체크하는 방식을 통해 정신상태를 빠르고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현재 증상과 나이 등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다를 수 있으므로 어떤 검사를 받을지에 대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진료비는 비싸지 않나요?

위에서 설명한 Full-battery를 비롯한 정신과 '검사비용'은 비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비의 경우 타 진료과에 비교해도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 정신과 진료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와의 면담시간에 따라 비용이 증가합니다. 10분간 전문의와 면담하였다면 8000원 가량, 30분간은 1만 2천원 가량, 50분간은 1만 8천원 가량을 지불하게 됩니다. 

만약 비용이 걱정돼서 정신과 방문이 부담되신다면 접수 시 진료 및 약 처방만 받고 검사나 상담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시면 됩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에 불이익이 있나요?

아니오,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와 금융감독원에서는 '정신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공포하여 정신과 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보험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지시했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다고 하여 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 아닌데 암 보험 가입을 거부받는 등의 상황은 억울하겠지요. 

그러나 여전히 정신과 진료 기록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상담사/보험사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혹여나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 걱정되시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일이 생기기 전에 보험 가입을 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입시, 취업, 승진에 불이익이 있나요?

아니오, 없습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을 입시, 취업, 승진 담당자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료 기록 외에 방법으로 추측당하여 불이익을 받은 경우 ; 이를테면 "정신과 건물에 들어가는 000 사원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승진에 배제되었네"와 같은 상황이 생기셨다면 국가인권위 등에 연락하여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정신과에서 진료하는 질환에는 무엇이 있나요?

정신과에서는 우리가 흔히 마음의 감기라 부르는 우울증, 매우 흥분되는 기간인 조증 기간과 우울한 기간인 우울증이 주기를 두고 반복되는 조울증, 과대망상 등을 동반하는 조현병 등 감정에 문제가 생기는 '정동장애'를 주로 치료합니다. 

이외에도 불면증이나 거식증 등 정신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들도 진료합니다. 이러한 질환을 겪고 계신 분들은 하루 빨리 정신과 진료를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정신과 진료는 면담 및 약물치료가 주를 이룹니다. 매 진료마다 환자분의 심리상태, 일상생활에 대하여 질문하고 어떤 약물을 사용하면 좋을지, 약물치료에 차도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심리상담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이끌어 냄으로써 치료합니다. 때때로 우울함의 원인이 되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만으로 증상이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야만 정신과에 갈 수 있나요?

아니오, 경미한 증상도 정신과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에는 모든 단계의 증상을 겪고 계신 분들이 방문 가능합니다. 만약 그 정도가 아주 약해서 약물 처방 없이 진료만으로 끝난다면 Z코드(보건일반상담)으로 처방되기도 합니다. 또, 초기 우울증 같은 경우에는 가정의학과에서도 진료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는 60일치 이상의 약물을 투여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경미한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계시지만 정신과 접근성이 좋지 않으시다면 근처 가정의학과에 방문하시거나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미성년자도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나요?

네, 미성년자도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친구관계나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이 많은 시기입니다. 미성년자 또한 정신과에 방문할 수 있으므로 마음이 아프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또한 어린 아이들도 ADHD나 유치원에서 보인 공격성 등을 사유로 부모님과 함께 정신과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정신과 진료에 대한 FAQ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감기 증상은 조금만 있어도 진료를 보지만, 마음의 병은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데요. 만약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은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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